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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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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김초엽]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의 메모장 오래도 걸렸다. 무려 작년 5월에 사서 이제야 다 읽었다. 왠지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이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어쩌구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했는데 좀 비슷한 결의 단편 소설들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별로였다. 처음엔 새로웠으나 이젠 진부한 느낌.. 어쨌든, 여러 단편에 걸쳐 있는 내용은 디스토피아였던 것 같다. 작가는 언젠가 미래에 외계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하거나 지구인은 그저 지금처럼 멍청하게 지구에만 갇혀있는데 외계인들은 열심히 지구를 침공해 오는 세상을 자주 말한다. 그런 시대가 오면 망설임없이 지금의 삶을 버릴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왜 못해? 3편의 단편의 세계관이 연결된 점이 가장 재미있었다. 처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이 뒤에 나오는 2편의 소설들과 연결되었다...
[눈부신 안부-백수린] 슬픔을 소화할 줄 모르는 어른의 모험 제목과 표지, 백수린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수채화 같은 그림 속에는 눈 부신 하늘이 담겨 있고, 그 안에 주인공 해미로 추정되는 여자가 만개한 수련처럼 하늘거리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 해미는 사고로 언니를 잃고 와해된 가족들 사이에서 슬픔을 꾹꾹 눌러 삼켜냈다. 그러다 파독 간호사로 G시에 자리잡고 있는 행자 이모가 있는 독일로 엄마, 동생 해나와 함께 이주하여 어린 시절 몇 년을 보낸다. 그곳에서 다른 파독 간호사 이모들과 그의 자녀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고 그 중 레나와 한수를 만나게 된다. 한수는 병에 걸린 자신의 엄마(=선자 이모)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레나와 해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시작된 세 명의 작전은 해미가 갑작스레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끝을 맺지..
[재능의 불시착 - 박소연] 직장에 불시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하는 위로 독서 노트 우주의 먼지가 되어 녹아버리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아니 그렇지 않은 날이 잘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지금은 단순히 일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그러고 싶고, 또 어느 날은 사무치게 그립고 외로워서 그러고 싶고, 또 어느 날은 머리가 터지게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고 싶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있으니 견뎌야 할 이유가 있다. 저는 진짜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특별히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어요. 나도 그렇다. 근데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평범'하다고 하는거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고 살고 있을까, 어떻게 자기를 꾸준히 먹여 살리고 있을까 나처럼 지독한 습관러에게는 참 쉽다. 매일 운동하고, 매일 숨 쉬고, 매일 밥 먹는 것처럼 그냥 매일 출근하고 일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인생 어른이 들려주는 이야기, 사랑 받은 삶에 대한 이야기 한동안 젊은 작가 수상집을 읽던 때였다. 물론 너무 훌륭한 작품들이었고 소재들도 신선했지만 어쩐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퀴어 요소와 허세처럼 느껴질 정도로 담백한 아이러니한 문장들에 조금씩 실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고 노련한 작가의 글에 큰 감동을 받았다. 독서 노트 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봄이 다가와서 느껴지는 몽글몽글한 그 좋은 기분을 이렇게 성숙하고 단아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노련한 작가의 글솜씨가 느껴진다. 나는 손님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공경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 (중략) 필요한 것이 알맞게 갖춰져 있고 홀로의 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물고기는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서 노트 파도 속에 발을 담그며 불꽃처럼 터지는 초록빛 생물발광*을 일으키고는 했다. *반딧불이처럼 생물이 화학작용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것. 야광충이 많은 밤 해변에서는 바닷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면 야광충들이 발하는 푸른빛을 볼 수 있다. 나도 생물 발광을 일으키는 파도에 발을 담그며 해안을 거닐고 싶다. 분류학 용어로 모든 표본을 “모식模式, type”이라고 하는데, 최초의 신성한holy 모식은 영광스럽게도 “완모식完模式, holotype”이라 부른다. 완모식은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절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하는 점이 두렵기도 하고 잔인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고작 이 규칙 한 주 때문에(?) 완모식이라고 불리는 어떤 표본을 일어버리면 그 표본의 완모식은 영원히 상실한 상태가 되어버린..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무계획에서 얻어낸 삶의 진리, 그 위를 넘실대며 살아가는 인생 1회독 믿고 보는 김영하의 여행 수필이었다. 안정된, 심지어 꼭대기 쯤에 도달해 있는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삶의 거처를 옮기는 그 용기가 무엇보다 가장 존경스러웠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결심이었다. 그리고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김영하 작가의 아내는 그 둘 사이의 사랑과 믿음이 얼마나 확고한지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정말 괜찮은 사람인 김영하는 정말 멋진 사랑을 하고 있구나. 이탈리아의 지명이나 관광 명소들의 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기록하고 들려주는 이탈리아의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와 비슷하다. 뜨겁지만 건조해서 끈적거리지 않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일상의 소소함..
[소마 - 채사장] 소마의 인생으로 보여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삶 2022.05.10 청년이 된 사무엘이 어서 뭔가 능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헤렌같이 가진 상태로 태어난 놈이 잘 되는 꼴을 보고싶지 않다. 2022.05.17 소마는 너무 힘든 삶을 살았다. 유년기 소마의 내면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소마는 왠지 특별한 인물일거라고 예상했다. 신이 깃들어 있는 아이라 커서는 세상을 호령하고 모든 인간과 달리 유한한 삶을 살 것 같았다. 그게 책의 주인공다운거니까. 그래서 오히려 그 굴곡진 삶이 후반부의 통쾌함을 가져다줄 유의미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유년기를 이미지처럼 묘사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의 유년기가 그렇게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잊고 있었지만 나도 그런 유년기가 있었고, 유년기의 나는 내면에서 내 나름대로의 성숙함과 논리를 가지..
[아라의 소설 - 정세랑] 한 줄 메모 룸메이트를 본명 대신 이니셜로 부르면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처럼 느껴지고, 또 우리가 뉴욕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즐거웠다. 나도 엠제이도 뉴욕에 가본 적은 없었다. 나도 명주를 엠제이라고 불러야겠다. 나의 내면은 언제나 파고가 낮고 평이하게 즐겁다 나의 내면도 파고가 낮고 평이하지만 즐겁진 않다. 그렇지만 싫지도 않다. 라고 몇주 전에 생각했다. 지금 나의 내면은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낮고 평이한 상태가 얼마나 행복한지, 잃고 나서야 알았다. 역시 인간은 소중함을 느끼려면 그것을 잃어야 하나보다. 간사하다. 반대로 높고 험준한 이 상태를 바랄 때도 있었으니까 바라던 바를 이루었으니 이걸 즐겨야겠다. 인간의 눈썹이 얼마나 이상한지에 대해 늘 쓰고 싶었기 때문에 쓴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에 눈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