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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재능의 불시착 - 박소연] 직장에 불시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하는 위로


독서 노트

우주의 먼지가 되어 녹아버리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아니 그렇지 않은 날이 잘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지금은 단순히 일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그러고 싶고, 또 어느 날은 사무치게 그립고 외로워서 그러고 싶고, 또 어느 날은 머리가 터지게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고 싶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있으니 견뎌야 할 이유가 있다. 


저는 진짜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특별히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어요.

나도 그렇다. 근데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평범'하다고 하는거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고 살고 있을까, 어떻게 자기를 꾸준히 먹여 살리고 있을까

나처럼 지독한 습관러에게는 참 쉽다. 매일 운동하고, 매일 숨 쉬고, 매일 밥 먹는 것처럼 그냥 매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면 된다. 근데 이게 맞나


간식일 때 만족스러운 음식을 삼시 세끼 먹게 되자 삶이 엉망이 되었다.

하나씩 까먹던 초콜릿이 너무 맛있어서 한봉지를 사버리면 이상하게 그 초콜릿은 더이상 맛이 없다. 


.. 그러게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지금 여기에 다니고 있으니까 껌뻑 죽는 척 해주는 거지, 나가면 알게 뭐에요? 말도 제대로 안 섞어줄 동네 아저씨고 모른는 아줌마지.

사이다 퇴사썰 같은 주작글에 나올 법한 뻔한 대사인데 그래도 막상 소설에 몰입해서 이 글을 읽으니 속이 시원했다. 

웃긴 포인트는 나에게는 그런 이상항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첫번째 회사에서 만났던 이상한 한 명을 제외하면 나에게 회사에서 만난 동료나 상사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럭키 포인트를 여기에 많이 썼나보다. 


생각 노트

각 단편 속 억울한 사연의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하며 대신 화가 나기도 했고, 어떤 대사를 읽고는 나지막이 욕을 뱉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어떤 내용에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잔잔한 나에게 꽤나 다양한 감정을 들게 한 (내 기준) 대단한 책이었다. 이런책은 단순한 소설책이 아니라 책 속에 실제 어떤 세상, 입체적인 공간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누구보다 직장에 잘 착륙한 나지만 같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시착한 주인공들의 삶 속에 공감하며 울고 웃었다. 

불시착한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기보다는 그냥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위로를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