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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아라의 소설 - 정세랑] 한 줄 메모

 


룸메이트를 본명 대신 이니셜로 부르면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처럼 느껴지고, 또 우리가 뉴욕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즐거웠다. 나도 엠제이도 뉴욕에 가본 적은 없었다.

 

나도 명주를 엠제이라고 불러야겠다.

 

 

나의 내면은 언제나 파고가 낮고 평이하게 즐겁다

 

나의 내면도 파고가 낮고 평이하지만 즐겁진 않다. 그렇지만 싫지도 않다.

라고 몇주 전에 생각했다. 지금 나의 내면은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낮고 평이한 상태가 얼마나 행복한지, 잃고 나서야 알았다. 역시 인간은 소중함을 느끼려면 그것을 잃어야 하나보다. 간사하다. 

반대로 높고 험준한 이 상태를 바랄 때도 있었으니까 바라던 바를 이루었으니 이걸 즐겨야겠다. 

 

 

인간의 눈썹이 얼마나 이상한지에 대해 늘 쓰고 싶었기 때문에 쓴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에 눈썹에 대해 무척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눈썹의 기능만 생각한다면 그냥 눈 위까지 이마가 전부 털인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나? 동물은 보통 눈썹이 없고 다 털인데 인간은 기이하게도 이마를 굳이 비우는 쪽으로 진화했다. 왜 〈모나리자〉가 눈썹이 없는지 알 것 같다. 다빈치도 눈썹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의사 소통의 원활함을 위해 이렇게 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중간에 털이 끊겨 있다는 점이 너무 이상하다.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눈썹이 아주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그럴 듯하다. 눈썹을 꿈틀거리며 묘하게 웃음 짓게 하는 재미있는 발상.

 

 

사랑하는 사람이 납작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속상하다.

 

표현이 참 재미있다. 젊은 작가 수상집을 읽을 때 이런 느낌이 나는 문장을 종종 마주했던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문장에서 나이가 보이는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납작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속상하다면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납작해지는 건 신경조차 쓰이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