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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캐빈 방정식 - 김초엽]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머리로는 원인을 명확하게 알면서도 이해하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겪고 읽은 책이다. 원인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라서 답답해 죽을 것 같다. 그저 소화되지 않고 명치에 턱- 하고 걸려 있는 것 같은 떡을 꾸역꾸역 넘기는 기분이다. 

 

언니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라 주인공의 상황에 조금 더 마음이 쓰였다. 어렸을 적부터 똑똑한 주인공의 언니는 우리 언니와 참 비슷하다. 우리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참 똑똑했다. 그래서 뭐든 따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언니는 임용고시도 한번에 통과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큰 흔들림없이 자신의 삶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 그 모습이 참 부럽고 멋있다. 주인공에게도 자신의 언니가 그런 존재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런 언니가 불의의 사고로 나와 더이상 제대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땅을 밟고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게 힘들다. 하지만 잠시나마 울산 관람차 39번 캐빈이 꼭대기에 도달했을 때만큼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다웠으니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