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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모네 인사이드]

2023.10.7

명동 그라운드 시소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 다녀왔다. 21년도쯤에 가족들이랑 제주도 여행을 가서 아르떼 뮤지엄에서 모네, 루느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나올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 전시회를 다녀왔다.

 

단순이 공간에 움직이는 그림을 크게 보여주고 그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인스타용 전시회가 아닌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아 스크린을 영화처럼 감상하는 형식의 전시회였다. 나같은 늙은이 기력에 딱 맞는 전시회였다. 

 

영상의 내용은 모네의 친구이자 아트 딜러로서 모네를 화가로 먹고 살게 해준 폴 뒤랑 뤼엘이 들려주는 모네의 삶이었다. 내용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각의 챕터는 모네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의 내용들을 들려주었다. 

 

여느 화가들처럼 그림이 한 점도 팔리지 않고 후원자가 없거나 후원자마저 파산을 해서 돈 걱정을 하던 시절도 있고, 세상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산 적도 있지만 다행히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명한 화가로 살다 생을 마감했다. 이 화가의 소소한 팬으로서 고흐처럼 안타까운 삶이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네의 연인이었던 카미유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한다. 애인과 함께 간 전시라서 그 때의 모네의 내면을 깊이 생각해보려 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영원히 죽어버린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플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취미처럼 전시회장 안에서 그 사건들을 몇초만에 흘려 듣지만 모네는 그 당시에 얼마나 힘들고 그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나도 그 안간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애인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죽음이 다나온다면 그걸 이겨낼 힘이 있길. 몽실이가 죽지   않고 영원히 우리 곁에 있으면 좋겠다. 내 삶의 절반을 주고 싶다. 

 

모네의 인생을 소설처럼 듣고 나니 더 재미있었고 그 시절에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본 전시회였다. 그리고 전시회의 핵심인 모네의 그림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현실의 빛과 인상만 반영한 그 그림들을 큰 영상으로 가득한 공간에 있으니 꼭 그 그림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림 중에는 가장 유명한 '양산을 쓴 여자?'가 가장 좋았다. 청량감이 가득해. 처음 보는 그림들도 있었는데 다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전시 마지막 쯤에는 연작들이 많이 나왔는데 똑같은 프레임을 시간에 따라, 빛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표현한 점이 좋았다. 같은 프레임인데도 각자 다른 매력이 있었다.